창간 15주년 기획으로 ‘강에서 띄우는 그림편지 - 한국의 5대강을 가다’ 시리즈를 24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낙동강을 시작으로 섬진강, 영산강, 금강, 한강(남·북한강)을 모두 돌아보며 우리 강이 가진 아름다움과 생태·문화적 가치를 살펴보는 이번 기획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진경산수화’의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이호신 화백과 함께합니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연재되는 기획보도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낙동강은 우리나라(남한)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태백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낙동강 물길 1300리(525.15km), 이 유역에는 1300만명의 사람들이 삽니다. 낙동강은 강줄기 4km마다 10만명의 사람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영남의 생명수’입니다. 그러나 이 물길은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갈수록 혼탁해집니다. 본래 강의 본성은 자정작용(自淨作用)을 통해 스스로 맑아지는 것인데 왜 이럴까요? 그것은 사람들이 윗동네가 흐려놓은 ‘윗물’에 자기들의 더러움을 더해 더 흐려진 ‘아랫물’을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란 말도 있지만 강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낙동강을 따라가보면 사람은 물을 더럽히고 더럽혀진 물이 다시 사람을 더럽히는 ‘연쇄작용’이 이어집니다. 도법 스님 말씀 그대로 ‘사람만이 문제’입니다.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 낙동강으로 흐른다 = 태백시 황지동에는 낙동강 발원지 황지가 있습니다. 황지에서 솟아난 용천수는 싸리재(두문동재) 아래 ‘은대봉샘’(너덜샘)에서 내려온 물과 만나 황지천을 이루고 여기에 태백산 ‘용정’에서 내려온 소도천 물을 합해 ‘구문소’로 흘러듭니다. 약 1억 5000만년에서 3억년 전 사이에 형성되었다고 하는 구문소는 수능천석(水能穿石 : 물이 능히 돌을 뚫는다)이란 말이 실감나는 곳입니다.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른다 하여 ‘뚜루내’라 부르기도 하는데, ‘구무’란 말은 구멍의 옛말이니 구무소는 구멍소(沼)라는 뜻이기도 하죠. 태백 지역의 탄광들이 폐광된 1990년대 이후 구문소 일대의 수질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시커먼 강물이 흘렀는데 90년대 중반에는 누렇게 변하더니 요즘은 제법 맑은 푸른빛을 보입니다. 봄이면 돌단풍이 예쁘게 피어나는 물가 바위들도 이제 제 색깔을 찾았습니다. 구문소를 통과한 황지천은 구봉산에서 발원한 철암천을 만나 비로소 ‘낙동강’이란 이름을 얻습니다. 낙동강이 된 물줄기는 이제 경상북도 봉화군으로 흘러듭니다. 강원도-경상북도 경계를 지나자마자 낙동강은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가 있는 백천동계곡 물을 받아 물줄기가 더욱 도도해집니다. 여기서부터 안동시 고산정까지가 낙동강 상류에서는 최고의 비경지대입니다. 한강 상류 동강이 그렇듯이 이 구간의 물줄기는 전형적인 감입곡류를 이룹니다. 지형이 험해 태백에서 경북 봉화로 가는 31번 국도는 아예 육송정 앞에서 낙동강 본류를 잃어버립니다. 여기서 낙동강을 따라가려면 국도를 버리고 석포리 방면으로 가야 합니다. 이 길은 낙동강 본류와 함께 구불구불 흘러갑니다. 때때로 영동선 기차길이 같이 달리기도 하는데, 눈꽃열차로 유명한 승부역까지 가면 그나마 자동차길은 완전히 끊어져버립니다. 승부역을 지난 낙동강은 울진군과 봉화군의 경계를 이루며 구불구불 흐르다 영양군 일월산(1218m)에서 발원한 광비천을 만나 봉화군 소천면 현동리 쪽으로 내려갑니다. 이 물줄기를 보려면 승부역에서 다시 석포 쪽으로 나와 31번 국도 늦재를 넘어야 합니다. 현동 삼거리에서 울진 방면으로 난 36번 국도를 타고 분천역에서 분천리 안으로 들어가면 낙동강 본류를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울진군 서면 광회리에서 북쪽 고개를 넘으면 간이역사도 없는 양원역(봉화군 소천면 원곡리)으로 갈 수도 있고, 80년대 초까지 세계 최남단 열목어 서식지였던 울진군 서면 전곡리 골포천을 볼 수도 있습니다. 길은 험하지만 대부분 포장도로로 이어집니다. 현동에서 낙동강 본류로 그냥 내려가려면 현동 삼거리에서 울진쪽으로 36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관암 제2터널 직전에서 오른쪽 소로로 가야 합니다. 이 길에서도 끝까지 낙동강을 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봉화군 재산면 경계에서 낙동강은 모든 자동차길과 기차길을 버리고 15km를 흘러 은어낚시로 이름난 봉화군 명호면으로 내려갑니다. 명호를 지난 낙동강은 퇴계 선생이 ‘천하의 비경’이라 칭찬했던 청량산길로 이어집니다. 퇴계가 남긴 글을 보면 선생은 퇴계종택에서 이육사 생가가 있는 원촌리를 지나 고산정, 청량산까지 이어지는 낙동강길을 즐겨 걸었습니다. 퇴계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이 길은 지금도 훌륭한 도보 여행코스로 남아 있습니다. 길은 호젓합니다. 퇴계의 14대손인 이육사 선생 생가는 안동댐 수몰을 피해 안동시 태화동으로 옮겨졌고 그 자리엔 ‘청포도’ 시비가 남아 여행자를 맞습니다. 이 시엔 두 가지 청포(청포도와 청포를 입고 찾아오는 손님)가 등장합니다.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靑袍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음력 7월 청포도가 익어갈 무렵, 지치고 힘든 몸에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던 손님은 누구일까요. 얼마나 간절했으면 ‘은쟁반에 모시수건을 마련해놓고’ 두 손을 ‘함뿍’ 적셔도 좋을 만큼 기다렸을까요. 육사 선생은 그렇게 기다리던 조선 독립을 끝내 보지 못하고 1944년 1월 16일 중국 북경감옥에서 옥사했습니다. 이제 강물은 원촌마을을 돌아 도산서원 앞으로 흘러듭니다.
◆1칸 마루, 1칸 온돌, 1칸 부엌 = 중종 25년(1550) 퇴계 이 황 선생은 벼슬생활을 떠나 고향인 경북 안동 도산에 터를 잡고 작은 서당을 하나 지었습니다. 퇴계 선생이 손수 설계한 도산서당은 1칸 마루, 1칸 온돌, 1칸 부엌으로 구성된 소박한 3칸 건물로 현재 도산서원 안에 잘 남아 있습니다. 도산서당의 구조는 아주 간단합니다. 동쪽 처마를 겹으로 달아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고 서북 벽은 서가를 꾸몄고, 서쪽 반칸은 비워서 잠자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고서를 좌우 서가에 나누어 두고 화분 하나, 책상 하나, 연적 하나, 침구와 자리, 혼천의를 넣어두는 궤 하나. 그리고 남쪽 벽 위에 옷가지 등을 두는 선반 하나. 이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한 사람이 조용히 책을 읽고 사색하는 데 이 이상의 공간은 필요치 않습니다. 최소한이면서 모든 것이 다 갖추어진 건축, ‘성리학의 정신과 미학’이 이 작은 건물에 모두 응축되어 있습니다. 퇴계 선생은 요즘으로 말하자면 국토부장관을 지낸 분입니다. 퇴계는 “저들이 부유함으로 한다면 나는 인(仁)으로 하며, 저들이 벼슬로 한다면 나는 의(義)로써 한다”는 말로 선비의 정신자세를 세속적 권세와 구별했습니다.
추신. 새로 나온 1000원권 지폐 뒷면에 나온 산수화가 도산서당이냐 계상서당이냐를 놓고 논쟁이 있었죠. 도산서원 건너편에서 인근 지형을 자세히 살펴본 이호신 선생과 저는 같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그림을 겸재 선생이 그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도산서원 일대를 남쪽에서 보고 그린 것만은 분명하다.” 궁금하신 분들은 도산서원 강 건너 시사단에 오르셔서 1000원권 지폐를 펴보시기 바랍니다.
안동댐에서 병산서원, 하회마을까지 … 안동·임하호는 낙동강의 새로운 발원지10여년 전 심한 가뭄으로 안동호 담수량이 줄면서 도산서원 아래 구 예안장터가 물 위로 모습을 나타낸 일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삶의 흔적이란 게 참으로 간단명료하다는 걸 알았습니다.마을 입구 시냇가 옆으로는 수몰 전에 베어낸 나무뿌리들이 도열해 있고 장터 바닥엔 물에 떠내려가지 않은 건축재료들만 고스란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기왓장, 구들장, 담장과 벽체를 구성했던 메주덩이만한 막돌들, 시멘트를 발라 만.. 관리자2008-12-30 1658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Thomson's Gazelles), 2001, inkjet pigment, 140 x 50 cm, Ed.10김성수 개인전 - 복제의 재구성2008년 11월 20 (목) - 12월 7일 (일) 김성수 사진의 푸른빛 이미지는 눅눅한 창고 안 상자 속에 묵혀 두었던 오래된 생물도감을 꺼내어 보여주는 듯하다. 습기와 세월에 묵은 듯 바랜 이미지는 쥐라기의 한 단편을 떠올리게 하지만 원시의 신비를 담은 우미(優美)의 서정은 찾을 수.. 관리자2008-11-28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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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은 우리나라(남한)에서 가장 긴 강입니다. 태백에서 부산까지 이어진 낙동강 물길 1300리(525.15km), 이 유역에는 1300만명의 사람들이 삽니다. 낙동강은 강줄기 4km마다 10만명의 사람들이 깃들어 살아가는 ‘영남의 생명수’입니다. ![""]("http://intra.naeil.com/UserFiles/Image/News/1992_081010_2.jpg")
200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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